´작전명 발키리´-운명을 엮는 ´선택´에 관한 영화





실패한 쿠데타란 역사의 한 토막을 영화로 담는 작업만큼 까다롭고 위험한 시도도 드물 것이다. 불순한(?) 상상이나 반전의 여지가 원천 봉쇄된 다큐멘터리성 소재를 가지고 특히 스릴러를 시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진다.

´작전명 발키리´는 히틀러 암살 작전명을 뜻하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 말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웠던 독일장교들의 실화를 그린 이야기다.


브라이언 싱어는 어쩌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뀔 수 있었을지도 모를 강렬한 소재로 그 운명의 순간을 마주한 군상의 내면의 갈등과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치 독일의 광기가 세계에 악명을 떨칠 때, 그 광기의 중심부에도 이성을 말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존재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게이이자 유태인인 브라이언 싱어는 전작 ´엑스맨´시리즈 등을 통해 성적 소수자와 나치즘에 관한 존재론적 고민을 해왔고 ´작전명 발키리´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히틀러 암살이 실패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단편적 모티프로부터 뽑아낸 실패에 관한 역사를 스릴러로 촘촘히 짜낸 솜씨가 능숙하다. 결국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의 암살모의 작전을 따라가는 관객들은 어느 덧 팽팽한 긴장감에 젖어들게 된다.

´작전명 발키리´의 서스펜스는, 모두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었을 결단의 시기,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 그 자체가 만들어 내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며 등장하는 장면들은 퍼즐을 맞춰가듯 플롯을 짜내고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발키리’작전을 모의하는 멤버들은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지만, 저마다 갈등 속에 빠진다. 강직한 군인 슈타펜버그 대령처럼 조국을 광기의 히틀러로부터 구하고자 흔들림 없는 신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히틀러 사망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고집스런 원칙을 고수하다 결정적 시기를 놓쳐버리는 올브리히 장군, 신념과는 상관없이 최후의 순간까지 상관과 함께하는 슈타펜버그 대령의 부하 등 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독일군부 내의 다양한 인간군상의 내면적 갈등이 드러나게 되고, 그들의 갈등과 선택은 곧 발키리 작전의 성공과 실패에 직결된다.


만일 발키리 작전을 눈치 챈 운전병이 히틀러가 아닌 슈타펜버그를 선택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만일 슈타펜버그가 작전성공을 위해 통신을 장악했더라면 쿠데타 성공과 실패의 운명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만일 히틀러와 고위 장교들의 회의장소가 바뀌지 않았다면 슈타펜버그의 폭탄은 히틀러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을까?

브라이언 싱어가 ‘발키리 작전’을 선택하고 실패의 과정을 그린 이유는 단순한 소재의 매력이나 자신의 장기인 스릴러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적 차원은 아닐 것이다. ‘기록’ 밑에 묻혀있던 진실의 흔적을 찾아 보여줌으로써 실패한 작전, 실패한 전쟁, 실패한 역사에 몸을 담갔던 위대한 루저(실패자)들을 화석처럼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작전명 발키리´에는 브라이언 싱어 그의 유전자가 천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나치의 광기,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라고 절박하게 외쳤던 숨은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다.

결정적 순간에 나치의 충직한 하수인들의 선택은 ‘발키리’작전을 실패로 돌렸다. 브라이언 싱어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그 순간을 맞게 된 이들이 어떻게 선택하고 부딪히고 싸우고 주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운명을 만드는 ‘선택’에 대한 영화다.

´작전명 발키리´는 화려한 전투장면이나 사건과 인물의 우여곡절을 모두 생략한 채, 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선택에 집중해 꽤 괜찮은 서스펜스를 완성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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