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녀들을 빨아들인 <트와일라잇>
´백마탄 뱀파이어 왕자´,
소녀들의 판타지를 담은 로맨스
창백한 납빛 대신 햇빛을 받으면 드러나는 다이아몬드 피부와 황금빛 눈동자, 어둡고 습한 공간대신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모던한 풍광의 집. 그리고 드뷔시...
지난 달 미국에서 개봉해 10대 팬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트와일라잇(twilight)>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조각처럼 잘생긴 뱀파이어와 그를 사랑하게 된 17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하이틴 청춘물이다.
기존의 어둡고 칙칙한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모던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바꾸고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3700만 달러를 들여 개봉 첫 10일 만에 1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메가 히트작 <트와일라잇>은 특히 미 여고생들 사이에서 반복관람 현상을 낳는 판타지를 낳았다.
목표가 분명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답게 카메라는 시종일관 크리스틴 스튜어트(벨라 분)와 강렬한 미소년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맡은 로버트 패틴슨 두 배우의 얼굴을 집중 부각시키며 매력을 강조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대사보다는 눈빛과 몸짓으로 금지된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의 열정을 소화했다.
무뚝뚝하고 붙임성 없는 소녀 벨라는 아빠가 있는 워싱턴 포크스로 이사오게 되면서 첫 등교날 수업시간에 우연히 같이 앉게 된 에드워드가 풍기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첫 눈빛이 마주한 순간부터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벨라는 친구들과 다른 에드워드가 뱀파이어임을 알아채게 되지만, 이미 격정적으로 빠진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멈출 순 없다.
미국 청소년, 특히 10대 소녀들의 판타지가 녹아 있는 <트와일라잇>은 백마탄 왕자의 또다른 변주다. 빛보다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힘을 지닌 강렬한 매력의 에드워드는 벨라가 위험에 빠지는 모든 순간 옆을 지키며 “도저히 너를 밀쳐낼 수 없다”고 고백한다. 17세의 조숙한 이 뱀파이어는 매 순간 스크린 너머의 소녀들을 눈빛으로 빨아들인다. 게다가 드뷔시를 듣고 졸업모를 모아 모던한 미술작품으로 만드는 지적인 매력까지... 모든 소녀들이 가진 판타지의 총체라고나 할까? 에드워드는 스스로 강렬한 피의 욕구와 싸우며 벨라를 지키는 기사를 자처한다.
하이틴물 역시 갈수록 선정적인 추세에 비해 이 영화의 러브신은 대단히 로맨틱하고 선을 지키며, 착하고 교훈적이다. 졸업 무도회에서 마지막 두 사람이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에드워드를 따라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벨라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대사는 사뭇 고전적이기까지 하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대나무 숲 대결 장면을 본 관객이라면 벨라를 업은 에드워드가 나무숲을 빠르게 옮겨 다니며 펼치는 교감신을 비슷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컬렉티브 소울의 ´Tremble for my beloved´, 린킨파크의 ´leave out all the rest´, 뮤즈의 ´Supermassive Black Hole´ 등을 즐길 수 있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라디오헤드의 ´15steps´ 역시 귀를 즐겁게 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8.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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