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대선 당시 각 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들의 이후 행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연예인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덕화, 최수종, 심현섭, 박철 등은 이회창 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고, 김흥국은 정몽준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또 신해철, 윤도현, 문성근, 명계남, 김미화, 배칠수, 이창동 감독 등은 노무현 후보의 강력을 하게 지지했다.
우선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영화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가수 윤도현은 현 정부 탄생 후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경우다.
당시 자타가 공인하는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만큼 처음엔 이들이 바로 정치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눈에 띄는 활동은 자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문화연예계 전반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후 잠시 대외활동을 쉬었던 문성근과 명계남은 참여정부 중반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문성근은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 이어 스릴러 영화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등에 출연하며 외견상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명계남도 지난해 영화 <손님은 왕이다>에 출연한 데 이어 올해는 드라마 단막극에 출연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문화계를 이끌어 가는 막후 실력자로서 ‘보이지 않은 행보’로 참여정부의 위기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문성근과 명계남과 달리 이창동 영화감독은 노사모 활동과 문화계의 지지를 이끌어내 노무현 정부 초대 문화부장관에 발탁돼, 최고의 권력을 누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 각종 보고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면박을 주거나 자신의 소신을 파격적으로 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영화<밀양>으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전도연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가수 신해철과 윤도현은 선거 뒤에도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윤도현의 경우 대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윤도현의 러브레터>(KBS)의 MC로 장기간 마이크를 쥐고 있으며,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도 광화문에서 울부짖으며 탄핵에 대한 부당성을 알기도 했다.
개그맨으로는 성대모사의 달인인 배칠수가 참여정부 탄생과 더불어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코너 MC를 맡아 탄핵반대 투쟁과 정권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내놓기도 했다.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김미화 씨는 이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고, 올해 초 노 대통령과 인터넷매체와의 대화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특히 김미화 씨의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정치적 편파성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태에 있다.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위원장 최홍재)는 지난 11월 11일∼12월 9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을 분석한 뒤 “보도의 양과 보도 관련 해설이 편파적”이라며 14일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시사뉴스 코너 ‘앗뜨 뉴스’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11월 11일∼12월 8일 20일간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대선 보도(총 99분 54초) 중 82%(81분 37초)가 BBK 관련 보도였으며, 이 중 김경준 씨와 범여권에 유리한 내용이 42%, 한나라당에 유리한 게 11%밖에 되질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편파방송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6일 ‘KBS 편파방송 종식위한 국민대회편파방송저지대회’를 개최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미화 씨의 프로는 편파방송의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전문성도 떨어지는가 하면, 주요 정치 이슈에 대해서 편협한 시각을 갖게끔 했다. 이렇게 방송의 중립을 훼손시키는 방송은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 친노 계열의 연예인들은 안티조선을 운동을 펼치거나,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 탄핵반대 운동 등 참여정부의 위기 때마다 지지를 하거나 홍보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른바 노무현식 코드 인사바람을 타며 큰 인기를 구가했다.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은 어떻게?
반면 반대편에 섰던 김흥국과 심현섭은 상대적으로 연예 활동에 대표적으로 피해를 본 경우 중의 하나다. 즉 권력의 압력은 사라졌어도 선거운동에 열중했던 연예인들은 선거가 끝난 뒤 이런저런 이유로 후유증을 앓았다.
단적으로 2002년 대선 때 인기 고공비행 중이던 심현섭과 박철이, 이회창 후보의 패배 후 한동안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고,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김흥국도 정몽준 후보가 선거 전날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하게 된 정황과 맞물려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김흥국은 대선 이후 장기간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이회창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심현섭 역시 라디오 DJ로만 활동하다 최근에야 본업인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에 복귀했고, 얼마 전 옥소리씨와 이혼소송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박철 또한 요즘에서야 빛을 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선거의 승리나 패배에 관계없이 정치인에 발을 들여놓은 연예인들은 상처를 입기 쉽기 마련이다. 지난 대선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탄탄대로 길을 가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 있었던 연예인들은 말할 수 없는 휴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영덕 기자 rokmc3151@naver.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7.12.21] |